
박재은 UNIQOR LAB 대표님은 "조직 개발과 인사, 리더십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의 변화를 다뤄온 분"으로 이번 인터뷰에서는 여성 리더가 자기만의 색깔을 지키는 법, AI 시대에 조직이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리더가 진심을 전달하면서도 건강한 선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Q1.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여성 리더가 조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키는 핵심 원칙'은 무엇일까요?[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이를 실행시킬 내면의 CORE를 잡기]
"그분은 팀원일 때는 성격 좋고 소통도 잘하더니, 팀장 명함을 달더니 이상해졌는데 왜 그런걸까요?"
종종 여성 팀장에 대해서 다른 남성 리더들이 제게 질문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은 분들도 회사를 다니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았거나 가십처럼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현상을 보면서 질문의 방향이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유독 여성 팀장에게만 '실무자 시절의 부드러움'과 '조직장으로서의 카리스마'라는 두 가지 모순된 모습을 동시에 요구하거나 또는 하나로만 단정지어서 판단하는 것일까요? 안타깝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여성 리더에 대해서 역할 차별의 시선으로 이중 잣대를 대며 은근히 흔들어대는 조직의 시선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흔히 목소리 크고 앞장서서 지르는 돌격형 스타일을 '좋은 리더십'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여성 리더들이 팀장이 되는 순간,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인 '남성적 권위'를 억지로 흉내 내거나, 반대로 '착한 조력자' 역할에만 머무르며 방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고 매일이 불확실한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과 조직 환경 속에, 불안한 권한을 쥔 리더를 지탱하는 힘은 더 이상 직급과 연차 그리고 직책에서 오는 억지 카리스마가 아닙니다. 바로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고 이를 중심을 잡는 힘, 즉 'CORE(Connect, Object, Relation, Engagement)'의 기본 원칙을 내 말과 태도에 익히는 것입니다.
이는 대단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이 왜 일을 하고, 어떤 가치로 움직이고, 내 삶을 어떻게 살지에 대한 것부터 시작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삶의 방향성이 나만의 고유한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는 스타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스타일에서 끝나지 않고 내 삶에 적용되어 내면의 CORE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과 행동의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주변에 나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예측가능성을 보여주어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대단한 전략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선택에서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결단력과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1. 관계의 기준
내 팀원들과 일할 때, 경영진과 소통할 때, 타 부서와 협력할 때 내가 지킬 소통의 태도와 감정의 선을 어떻게 유지 할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2. 일하는 방식의 기준
의사결정을 내릴 때의 명확한 근거, 부득이하게 결정을 뒤집어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뒤집을지, 피드백이나 평가는 리더로서 어떤 기준으로 할지, 골치 아픈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해 나가는 단계, 일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가져가는지 등의 기준을 스스로 명확히 정해두어야 합니다.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진 립먼 블루먼(Jean Lipman-Blumen) 교수가 정립한 '커넥티브 리더십(Connective Leadership)' 이론에 따르면, 현대처럼 복잡하게 얽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혼자 잘난 영웅형 리더보다 타인의 다양성을 엮어내고 연결하는 리더가 훨씬 더 압도적인 성과를 낸다고 합니다. 여성 리더가 가진 세심한 관찰력과 포용력은 약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흩어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며 이는 여성 리더만이 아닌 지금 환경의 모든 리더들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세운 단단한 원칙 위에서 이 '연결의 힘'을 밀고 나갈 때, 자신만의 고유한 단단한 리더십이 완성될 것입니다.
Q2. AI가 도입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 '새로운 역량으로 피보팅해야 할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조직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은 무엇일까요?[인간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재편성하는 우리 조직만의 품격을 만들기]
인공지능(AI)이 사람이 하던 일을 무서운 속도로 대체하면서, 많은 경영진이 눈앞의 생산성 숫자로만 직원을 평가하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회사는 직원을 단순히 단기 성과를 쥐어짜 내는 '소모품이나 통제 대상'이 아니라, 변화에 발맞춰 함께 진화하는 '인간 본연의 가치'로 대우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조직의 격조이자 품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비즈니스 환경에서 정의 되던 ‘저성과자’나 ‘핵심인재’ 등의 정의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향후 인력 운영 관점에서 논의 되어야 할 키워드 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선 주신 이 질문에 대해서는 조직이 갖춰야 품격 차원에서만 먼저 이야기를 나누자면 요즘 회사 분위기를 보면 일하는 인력 주고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나이 많은 선배나 예전 팀장님이 보직 해임되어 내 팀원으로 들어오고, 도리어 보직을 한번도 달아보지 못한 선배 위로 후배가 상사가 되는 다채로운 구조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대전환기 속에서 '진짜 실력 있는 구성원'들은 직급의 권력이나 서열 뒤에 숨지 않습니다. 이들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직원 개개인의 강점을 정교하게 결합해 실제 성과로 바꾸어 놓는 진짜 능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품격 있는 조직은 단순히 지금 당장 실적을 잘 내는 사람만 편애하는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건강하게 굴러가려면 다양한 역할의 균형이 필수적입니다. 조직 전체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커넥터', 방향을 잡는 '리더', 그리고 묵묵히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팔로워' 등 저마다의 잠재력에 맞춰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순환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일하는 문화 자체를 세 가지 품격으로 다시 채워야 합니다.
1. 관계의 품격
직급이나 나이를 떠나 구성원의 경험과 지혜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문화입니다.
2. 리더의 품격
직책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도 내 실력과 인품만으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입니다.
3. 대화의 품격
기술 변화로 직원의 역량이 일시적으로 뒤처질 때, 낙인 찍고 내쫓는 대신 현재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성장 경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입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케이트 켈로그(Kate Kellogg) 교수가 발표한 조직 리서치에 따르면, 급격한 기술 변혁기에 구성원들이 일터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자신의 고유한 강점에 맞춰 재배치될 때 기업의 혁신성과 장기 생존 확률이 극대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을 쉽게 쓰고 버리는 조직에는 그 누구도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강점을 살려주는 품격 있는 인력 운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Q3. 대표님만의 '조직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진심을 전달하는 선(Line)을 긋는 법'이 궁금합니다.[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먼저 존중하기]
종종 동료 리더급들이나 후배들이 제게 묻습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구성원들과 친하게 지내자니 평가할 때 공정성이 무너질까 무섭고”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때로 너무 부담스럽게 대하는 리더나 동료에게 거리를 두자니 차가운 사람으로 고립될까 봐 두렵다"고 말이죠. 저는 종종 심리학의 '심리적 거리 두기(Psychological Distancing)'이론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대상과 나 사이에 적당한 마음의 거리를 둘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오히려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나의 진심이 왜곡 없이 전달되려면 영리하게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조직에 있을 때 저도 노력했던 세 가지 마음의 선을 공유합니다.
1. 첫째, '결정하기 전의 치열함'과 '결정된 후의 일사불란함'을 가르는 선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치열하게 의견을 내고 반대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어야 합니다. 리더의 생각도 자유롭게 흔들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모든 트를 검토하고 최종 결정이 내려진 순간부터는, 사적인 아쉬움을 접고 그 결정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따르는 단단한 행동 원칙이 있어야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2. 둘째, '일관성 있는 소통'의 선
리더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회사의 원칙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면, 팀원들은 눈치 보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립니다.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 마이클 슬레피안(Michael Slepian) 교수 연구팀의 조직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리더의 소통 방식이 투명하고 일관될 때 구성원들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조직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존중하되, 업무 기준의 선은 엄격하게 유지한다"는 일관성이 있을 때, 사람의 진심은 '편애'나 ' 감정 과잉'으로 오해 받지 않고 신뢰로 전달됩니다.
3. 셋째, '사실(Fact)과 추측(Assumptions)'을 분리하는 선
초보 리더들이나 타인에 대한 정서 민감성이 높아 마음고생을 많이 하는 분들의 이유는 눈앞에 벌어진 현상에 내 감정과 주관적인 추측을 섞어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의 보고가 늦어지거나 태도가 소극적일 때 "저 친구가 나를 무시하나?", 또는 누군가 내가 부탁을 했는데 답변이 늦거나 반응이 없다면 "일부러 내 말을 뭉개는 건가?" “내가 괜한 부탁을 해서 화가 난 건가?” 라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추측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마주할 때는 오직 드러난 사실만을 담백하게 도려내어 바라보고, 감정의 거품을 걷어내는 심리적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해 벽을 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상대도 가장 안전하고 존중 받을 수 있는 최적의 거리를 찾아 울타리를 치는 일입니다.
먼저 나를 가장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이 울타리가 명확할 때 보다 주변과 건강하게 소통하고, 나의 진심 어린 메시지도 가장 순수한 형태로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완벽함이 아닌 어제보다 조금 더 온전해지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기]
돌아보면 저 역시 언제나 좋은 리더, 구성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리더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무정한 리더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나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기 위해 늘 어제보다 오늘이 온전한 내가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오늘 인터뷰의 내용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래봅니다."
박재은 대표님의 이야기는 좋은 리더십이 완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사람과 일 사이에서 건강한 선을 지키며, 어제보다 조금 더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