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투자해온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이제 시장을 게임이라는 장르보다 사람의 시간과 관계를 점유하는 ‘어텐션’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AI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실시간형·관계형 콘텐츠, 그리고 그 위에서 형성되는 팬덤과 새로운 비즈니스입니다.

Q1. 현재 가장 관심 있게 보고 계신 투자 분야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오래 게임에 투자해왔는데, 요즘은 스스로를 게임 투자자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어텐션으로"라는 표현을 씁니다. 

사람의 시간과 관계를 점유하는 콘텐츠 전반, 그중에서도 실시간형과 관계형 콘텐츠를 가장 집중해서 보고 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 성장률은 2022년 이후 2~3% 박스권에 갇혔지만, 유저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임에 쓰던 시간이 숏폼, 라이브 스트리밍, AI 캐릭터챗으로 이동했을 뿐이고 사람들이 쓰는 주의력의 총량은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걸 "포맷이 이동하는 게 아니라, 메커니즘이 더 효율적인 포맷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유저는 게임끼리 비교하며 고르는 게 아니라 자기 여가 시간 전체를 배분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콘텐츠를 '무엇을 보는가(포맷)'가 아니라 '어떻게 즐기는가(메커니즘)'로 분류합니다. 루프형, 서사형, 실시간형, 관계형, 정보형 다섯 가지입니다.

이 중 실시간형과 관계형에 집중하는 이유는 AI의 영향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입니다. 루프형이나 서사형에서 AI는 기존 시장의 제작비를 낮추는 역할입니다. 

반면 실시간형과 관계형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시장 자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문 스트리머와 방송 인프라가 필수였던 라이브를 AI가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하고, LLM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AI와의 지속적인 관계"가 하루 2시간짜리 체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이어집니다. 

챗이 관계의 씨앗이라면 라이브는 관계의 불꽃이고, 커머스는 관계의 수확입니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지갑이 열립니다. 저희가 올해 24시간 AI 캐릭터 라이브를 실증한 팀, 버추얼 아티스트 팀, 원본 있는 AI 인터랙티브 스토리 팀에 잇달아 시드 투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드 투자자로서 제가 만나야 할 회사들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Q2. 지금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큐레이션의 가치입니다. 

지금 자본은 대부분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에 몰려 있습니다. 그런데 AI로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저품질 콘텐츠가 폭증하고, 사용자는 보증된 경험을 원하게 됩니다. 공급이 폭발하면 병목은 만드는 쪽에서 고르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저희가 올해 국내 최초의 스팀·콘솔 전문 인디게임 퍼블리셔에 투자한 것도 "AI로 개발 결과물이 쏟아지는 과도기에는 개발사보다 퍼블리셔에게 기회가 크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처럼 "여기가 고른 건 다 재밌다"는 신뢰가 브랜드가 되는 구조인데, 이 레이어는 아직 제대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둘째, 팬덤이라는 자산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콘텐츠 회사를 흥행 산업으로 평가합니다. 한 발의 히트가 회사를 만든다는 전제입니다. 저는 게임과 AI 엔터테인먼트가 흥행 산업이 아니라 팬덤 비즈니스라고 봅니다. 흥행 산업은 매번 0에서 시작하지만, 팬덤 비즈니스는 쌓인 자산 위에서 시작합니다. "이거 우리가 같이 만들었어"라는 공동 창조 서사가 한 번 도는 팬덤은 광고비로 살 수 없는 충성도가 되고, 다음 작품의 입력값이자 마케터가 됩니다. 

저희가 초기 투자한 시프트업이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니케, 스텔라 블레이드로 이어지며 코스피 상장까지 간 과정이 정확히 그 복리였습니다. 히트 확률이 아니라 팬덤의 두께로 콘텐츠 회사를 평가해야 하는데, 시장은 아직 전자로 봅니다.

Q3.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 아이디어나 트렌드가 하나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리지널리티와 AI 파이프라인의 결합입니다.

AI가 제작 비용을 무너뜨리면 만드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남는 희소 자원은 오리지널리티, 복제할 수 없는 원본 IP와 고유의 미감입니다. 프롬프트는 5분이면 복제되지만, 원본이 있는 세계관과 그 위에 쌓인 팬덤은 복제되지 않습니다. 글로벌 AI 컴패니언 플랫폼들이 이걸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깊은 관계를 쌓는 캐릭터는 기존 애니메이션 IP인데, 정작 플랫폼은 그 캐릭터에 대한 권리가 없습니다. 

수요는 원본을 향하는데 공급은 무단 복제 위에 서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오리지널리티의 대체재가 아니라 증폭기라고 봅니다. 

권리를 가진 오리지널 IP에 AI 더빙, 음성, 버추얼, 영상을 얹으면 원본의 고유성을 유지한 채 언어와 포맷의 장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위치가 특별합니다. K-드라마, K-pop, 웹툰이라는 검증된 오리지널 IP를 이만큼 보유한 나라가 없습니다. 이 조합은 글로벌 어디에도 없는 공급 측 해자입니다. 

자본이 "AI로 무엇이든 만드는 회사"에서 "복제할 수 없는 원본을 가진 회사"로 옮겨가는 것, 그게 제가 보는 다음 방향입니다.

김지웅 이사는 AI가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작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복제할 수 없는 원본 IP와 팬덤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자본 역시 결국 “AI로 무엇이든 만드는 회사”에서 “복제할 수 없는 원본을 가진 회사”로 이동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