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터 김나래님은 마케팅을 제품을 알리는 일이 아니라, 고객사의 구매 구조를 읽고 비즈니스 언어로 제품의 가치를 번역하는 일로 바라본다.
김나래님은 B2B 마케팅은 리드를 모으는 활동을 넘어, Account의 변화와 구매 타이밍을 포착해 세일즈가 실제 딜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역할에 가깝다.

1. B2B 마케팅에서 마케터는 제품과 고객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보는 B2B 마케터의 진짜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객사 내부의 구매 의사결정 구조를 해석하는 역할
구매 결정이 어떤 단계를 거쳐, 어떤 담당자들의 손을 통해 진행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해소할 솔루션을 적시에 제공하는 일. 이것은 마케터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 구조를 모른 채 콘텐츠만 늘리는 것은,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며 메시지를 세상에 흩뿌리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둘째, 제품의 가치를 비즈니스 언어로 제공하는 역할
전사가 고민해 만들어낸 제품을 CFO에게는 ROI의 언어로, COO에게는 효율성 지표의 언어로, CEO에게는 전략적 방향성의 언어로 다시 풀어내는 일. 이것은 마케터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B2B 마케터의 영역은 빠르게 확장됐고 그만큼 세분화되었습니다. 마케터의 역할 또한 기존의 '홍보'를 넘어,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필요한 것을 적시에 맞춤형 언어로 전달하는 일까지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을 알리는 사람에서, 구매 결정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B2B 마케터의 역할은 더욱 커졌으며, 이렇게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ABM이나 CRM 관점에서 고객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B2B 고객은 구매 과정이 길고 복잡한 만큼, 어떤 신호나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B2B 비즈니스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는 '한 사람의 행동'을 추적하는 데 머무른다는 점입니다. 누가 리포트를 다운로드했는지, 누가 웨비나에 등록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B2B 마케터가 맡아야 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BM과 CRM 관점에서 B2B 마케터는 ‘개인의 신호가 아닌 ‘타겟 기업(Account)의 변화’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1) 타겟 기업(Account) 내부의 신호 한 사람이 우리 콘텐츠를 본 것보다, 같은 회사의 서로 다른 부서가 비슷한 시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패턴이 훨씬 강력합니다. 이는 그 조직 안에서 이미 '내부 평가'가 시작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2) 조직 변화: 새 CTO 영입, 펀딩 라운드 종료, M&A, 핵심 직무 채용공고. 이러한 외부 시그널은 우리 시스템 안의 어떤 데이터보다 강력한 구매 니즈 파악이 가능한 신호입니다.
3) 업계의 환경 변화: 규제, 표준, 보안 지원 종료 등 타겟 기업이 ‘바꿔야만 하는 이유’를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걸 먼저 포착한 마케터가 시장을 가져갑니다.
그래서 저는 ABM을 ‘타이밍(Timing)의 문제’라고 봅니다. 누구를 타겟할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Account 가 어떤 상태인지를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곧 전환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3. 마케팅이 실제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어떤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보시나요?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기준이나 태도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마케팅이 다루는 영역은 끊임없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필드 마케팅, 홍보, CRM, ABM..등등
이는 마케팅이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자, 마케터가 짊어져야 할 책임 또한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B2B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세일즈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움직여야 합니다. 어느 한 조직만 잘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구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두 조직이 '고객'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마케팅이 비즈니스 성장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할 때 다음 세 가지 장면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1) 영업이 진입하지 못했던 고객의 문을 마케팅이 여는 순간: 콜드 콜로는 닿지 않던 의사 결정자가, 마케팅이 주최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면, 이건 단순한 리드 생성이 아니라 시장 접근권 자체를 만드는 일입니다.
2) 딜 클로징 사이클이 눈에 띄게 짧아지는 순간: 마케팅이 사전에 충분한 신뢰와 흐름을 만들어둔 타겟 기업(Account)는 세일즈가 컨택 했을 때 딜 사이클이 절반 이하까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매출의 문제이기 이전에 리소스 효율의 문제입니다.
3) 마케팅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순간: B2B 비즈니스를 세일즈의 감만으로 끌고 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고객의 상황은 예측이 어렵고, 비즈니스는 데이터 위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데이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Account는 우선순위를 올려야 합니다." — 이런 논의가 회의 안에서 자연스러워졌다면, 마케팅은 이미 비즈니스 성장의 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케팅은 여전히 '돈 쓰는 조직', '수치화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마케팅은 다릅니다. 타겟 시장과의 신뢰를 직접 만들어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신뢰를 세일즈와 연결해 실제 딜 프로세스로 이어내는 조직, 오늘의 B2B 마케팅을 설명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마케터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장의 흐름을 먼저 읽어내는 일입니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업계가 지금 어떤 언어를 쓰고 있고 앞으로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먼저 감지하고, 그 위에서 전략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는 일. 이것이 제가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태도입니다.
김나래 님에게 B2B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일이 아니라, 고객사의 변화와 구매 타이밍을 읽고, 그 흐름이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도록 길을 여는 일에 가까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