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흔들리는 순간, 회의실의 공기, 반대 의견을 대하는 태도, 리더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허수연 리더는 HR, 조직문화, 경영전략, CEO 커뮤니케이션을 거치며 조직 안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고 조율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는 조직문화가 제도나 슬로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매일 반복하는 행동과 어려운 순간의 선택 속에서 쌓인다고 말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조직문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 좋은 조직문화가 느껴지는 방식, 그리고 AI 시대에 임원과 리더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물었습니다.
Q1. 여러 회사와 직무를 거치며 HR, 조직문화, 경영전략, CEO 커뮤니케이션까지 경험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조직 문화는 회사 안에서 어떤 순간"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느끼셨나요?
조직문화는 회사가 잘될 때보다 흔들릴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실적이 좋고 시장이 성장할 때는 대부분의 조직이 비슷해 보입니다. 분위기도 안정적이고 구성원들의 표정도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나 큰 변화가 찾아오면, 그 조직이 평소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 왔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어떤 조직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정보를 숨기고 책임을 나누기보다 회피하려고 합니다. 반대로 어떤 조직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많이 공유하고, 더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며 함께 해결하려고 움직입니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회의만 반복되는 곳이 있는 반면, 실행과 협업이 훨씬 빨라지는 조직도 있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결국 조직 문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구조조정, 사업 위기, 급격한 성장, 리더 교체 같은 시기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순간에는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조직의 가치관과 리더십 스타일, 구성원의 신뢰 수준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결국 조직문화는 캠페인이나 슬로건처럼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속에서 구성원들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선택 하는가에 더 가깝다고 생각 합니다.
또 하나,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의 아주 작은 행동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누가 먼저 발언하는지, 반대 의견을 얼마나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실패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장면들입니다. 어떤 조직은 실패를 공유하면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조직은 실패 자체를 낙인처럼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구성원들의 태도와 조직의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리더의 태도가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리더가 평소 어떤 질문을 하는지, 특정 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찾는지, 성과보다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조직 전체의 분위기와 보이지 않는 룰을 결정합니다. 구성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리더의 기준을 학습하고 따라갑니다.
그래서 조직 문화는 제도보다도 리더의 일관된 행동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조직문화는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조직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통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Q2. 최근 글에서 “조직 문화는 보이지 않지만, 한 번 스치기만 해도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연님이 생각하는 "좋은 조직문화"는 제도나 슬로건보다 무엇에서 먼저 느껴진다고 보시나요?
저는 좋은 조직문화는 결국 조직의 ‘일상’과 ‘일하는 방식’에서 먼저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이야기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하는지,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내리는지와 같은 장면에서 그 조직의 문화가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봅니다. 특히 리더와 구성원들이 평소 어떤 태도로 일하는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조직 전체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직 문화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외부인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느끼는 첫 인상, 직원들이 회의하는 방식과 자세, 서로 대화할 때 사용하는 말투와 태도, 앉아 있는 모습이나 표정 같은 것들에서도 그 조직의 문화가 보입니다. 누군가를 일부러 평가하려고 하지 않아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순간만으로도 “이 회사는 어떤 분위기구나”라는 공기가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은 회의에서 직급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의견이 오가고,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반대로 어떤 조직은 회의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긴장감이 흐르고, 구성원들이 리더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조직은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함께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고, 어떤 조직은 누가 책임질지를 먼저 따지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그 조직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제도보다 훨씬 빠르게 조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내재화 되었느냐를 보여주는거죠.
결국 조직문화는 반복되는 일상 속 행동에서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매일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서로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는지가 쌓여 조직만의 분위기와 보이지 않는 룰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조직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룰이 생기는거죠.
그래서 조직문화는 그 조직의 일하는 모습을 잠깐만 봐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Q3. AI 시대가 되면서 임원과 리더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조직 안에서 임원은 단순히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지금까지 임원의 역할이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방향을 설계하고 조직의 기준을 만드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일정 수준의 판단까지 도와주는 시대가 되면서, 단순히 ‘정답’을 내리는 역할만으로는 리더십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임원은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모든 판단을 기술이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만들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조직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역할은 여전히 리더의 몫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맥락을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지만, 조직 안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 타이밍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임원은 단순히 결과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안팎의 흐름을 읽고 구성원들이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좋은 리더일수록 답을 많이 주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변화 속에서도 조직이 잃지 말아야 할 기준을 지켜주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결국 AI 시대일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만드는 리더십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 입니다.
좋은 조직문화는 멋진 문장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정보를 숨기는지 공유하는지, 실패한 사람을 낙인찍는지 배움의 기회로 보는지, 리더가 성과보다 어떤 기준을 반복해서 보여주는지에 따라 조직의 공기는 달라집니다.
AI가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을 돕는 시대에도, 사람의 신뢰를 만들고 조직의 방향을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리더의 몫입니다.
조직문화는 결국 선언이 아니라 축적입니다. 그리고 그 축적은 위기와 일상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