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대표는 약사로 출발해 변호사, 변리사,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거쳐 법률사무소 리오를 열었습니다.
그 과정은 여러 자격을 쌓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문제는 계약서 문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가 전략, 기술이전, 특허, 회계, 컴플라이언스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일형 대표가 법률사무소 리오를 열게 된 계기와, 제약·바이오 자문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문제, 그리고 법률과 회계를 함께 보는 일이 기업 의사결정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물었습니다.
Q1. 약사에서 변호사, 변리사, 미국 회계사까지 다양한 전문 자격을 거치셨는데, 결국 법률사무소 리오를 열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돌이켜보면 자격증을 하나씩 취득한 게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쌓아 온 과정이었습니다. 영남대 약대 재학 중 느낀 것은, 약학 지식을 갖춘 변호사가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약사법 위반, 보험 청구, 의약품 허가 문제 — 이것들은 결국 법의 문제였고, 그래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셀트리온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또 다른 벽을 만났습니다. 제약사의 의사결정은 계약서나 소송이 아니라 기술이전 계약의 마일스톤 구조, 라이선싱 딜의 재무적 조건, 투자 유치 전략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법률만 아는 사람은 문제의 일부만 보는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변리사 공부를 했고, 미국 공인회계사(Maine)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대형 로펌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그 확신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실무자만큼의 실무 지식을 갖춘 변호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리오(理悟)는 '이치를 깨닫다'는 뜻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이치를 법률, 기술, 재무 세 가지 언어로 동시에 읽어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특정 분야에 깊이 뿌리내린 전문 사무소가 결국 의뢰인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믿었고, 그 믿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Q2.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문제는 법률 문제이기 전에 산업의 문제일 때가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자문 현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산업적 문제는 무엇인가요?
첫째로는 허가 전략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면, 이게 의료기기인지, 디지털의료제품법 대상인지, 아니면 건강기기 수준인지 판단 자체가 첫 번째 관문입니다. 허가 전략을 잘못 잡으면 수년의 시간이 날아갑니다.
두 번째는 기술이전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입니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파트너와 라이선싱을 논의할 때, 계약서 문구보다 마일스톤 조건과 로열티 구조가 회사의 현금흐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모르면 계약서가 독이 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회계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리베이트 규제와 컴플라이언스입니다.
제약회사, 의사, 약사 모두 해당되는 문제인데, 선의로 시작한 학술 지원이나 마케팅 활동이 법 위반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자주 봅니다. 산업 관행과 법적 기준 사이의 간격을 이해하는 사람이 내부에 있어야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Q3. 국내 유일의 회계 지식을 갖춘 제약 분야 변호사라고 소개하셨는데, 기업 입장에서 법률과 회계가 함께 보일 때 어떤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나요?
가장 극적으로 차이가 나는 건 IPO와 기술특례상장 자문 같은 자문입니다. 기술특례상장은 단순히 특허가 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특허 포트폴리오의 법적 유효성, 기술이전 계약상 회사가 실제로 보유한 권리의 범위, 그리고 그 기술의 가치가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까지 한꺼번에 검토해야 합니다. 법률 검토와 재무 검토를 따로 받으면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M&A Due Diligenc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인수 기업의 허가 현황이나 특허 분쟁 리스크는 법률 이슈지만, 그것이 인수 가격 조정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회계적 사고가 없으면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약가 협상도 그렇습니다. 보험 등재를 앞둔 기업이 급여 기준 가격을 낮게 설정하면 단기적으로 등재가 쉬울 수 있지만, 재무적으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법적 계약 구조와 재무적 손익이 동시에 보여야 올바른 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법률은 무엇이 가능한지의 경계를 그어주고, 회계는 그 경계 안에서 무엇이 현명한지를 가르쳐줍니다. 두 언어를 함께 쓸 수 있는 변호사가 기업 곁에 있을 때, 의사결정의 질이 달라집니다.
이일형 대표의 이야기는 산업의 문제를 하나의 전문성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줍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허가 가능성, 특허와 권리 구조, 기술이전 조건, 재무적 손익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자격을 갖는 일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로 흩어진 문제를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읽어내는 일입니다.
법률은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회계는 그 선택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산업을 이해하는 자문은 그 사이에서 기업이 더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