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은 단순히 제품을 보내고, 서류를 맞추고, 가격을 협상하는 일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상대의 필요를 이해하며,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양민지님은 지난 10년간 국제 무역 업계에서 수출과 수입 업무를 모두 경험해왔다. 여러 시장을 오가며 쌓은 경험은 그에게 바이어 발굴의 본질을 다시 보게 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리스트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제품을 소싱할 의향과 능력이 있는 ‘유효 타겟’을 찾는 일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수출 기업들이 바이어 발굴 과정에서 겪는 병목, 기존 엑셀 리스트와 참가 기업 리스트의 한계, 그리고 데이터와 AI가 해외영업 현장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들어봤다.

1. 수출 기업들이 바이어 발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막히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단순한 '연락처 확보'를 넘어 '유효 타겟'을 선별하는 단계에서 가장 큰 병목을 겪습니다.

해외영업 현장에서 오랜 시간 부딪혀보면, 기업들이 바이어의 이름과 이메일을 찾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지는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수많은 리스트 중에서 '현재 우리 제품을 소싱할 의향과 능력이 있는 진성 바이어'를 가려내는 일입니다.

기껏 시간을 들여 콜드 메일을 보내고 컨택을 시도해도, 해당 바이어가 이미 거래처를 확정했거나 취급 품목의 카테고리가 미세하게 달라 회신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즉, 기업의 신뢰도, 최근 수입 이력, 주력 취급 품목 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바이어 발굴에 투입되는 시간 대비 타율(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점에서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2. 기존 방식처럼 엑셀 리스트나 참가 기업 리스트에 의존할 때 생기는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데이터의 '휘발성'과 '정적인 한계'입니다.

전시회 참가 기업 리스트나 과거부터 누적해 온 엑셀 리스트는 그 당시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죽은 데이터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정적인 리스트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한계는 '실제 거래 내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있다고 해서 그 회사가 지금 당장 수입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반면, B/L(선하증권)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특정 바이어가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을, 어느 국가에서 수입했는지 동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평면적인 엑셀 리스트에만 의존하게 되면, 시장의 변화나 바이어의 최신 소싱 트렌드를 놓친 채 허공에 마케팅 비용과 영업 인력을 소모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한계입니다.

3. 데이터와 AI가 해외영업 현장에 들어오면, 무역 실무자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실무자의 역할이 '정보 검색자'에서 '전략 기획자'로 완전히 전환됩니다."

과거에는 무역 실무자가 구글링을 하거나, 무거운 프로그램을 설치해 데이터를 일일이 다운로드하고 엑셀로 가공하는 데 업무 시간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웹사이트 기반의 데이터 조회 서비스나 AI 분석 툴을 통해 로그인 한 번이면 전 세계 B/L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AI와 데이터가 도입되면 실무자는 단순히 리스트를 취합하는 노동에서 해방됩니다. 대신 "경쟁사가 최근 베트남에서 물량을 늘리고 있으니, 우리는 A 바이어에게 맞춤형 단가를 제시하자"와 같은 고차원적인 영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영업 방식이 팩트와 데이터 기반의 '정밀 타격형 영업'으로 진화하며, 업무의 속도와 계약 성사율 모두 혁신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영업의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더 많은 연락처를 모으고, 더 많은 메일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바이어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시장에서 수요가 생기고 있는지, 어떤 타이밍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읽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양민지가 말하는 변화의 핵심은 단순하다. 무역 실무자는 더 이상 정보 검색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데이터와 AI가 반복적인 탐색과 정리를 덜어낼수록, 사람은 더 전략적인 판단과 관계 형성에 집중할 수 있다.

바이어 리스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유효 타겟’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외영업은 직감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영업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