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옥 The Garrison 대표
Founder | 2026.07.02

안동옥 The Garrison 대표

한국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는 해외 진출이 아니라,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스타트업생태계글로벌진출현지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해외 시장에 나가는 일이 아니다.
현지의 언어, 문화, 신뢰, 계약, 투자 기준을 이해하고, 한국식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표준에 맞춰 사고하는 일에 가깝다.

The Garrison의 안동옥 대표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창업자와 해외로 나가려는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온 인물이다. 그는 한국 창업 생태계가 더 글로벌해지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는”이라는 기준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세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과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서 자주 막히는 지점,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에서 마주하는 기회와 장벽, 그리고 한국 창업 생태계가 글로벌하게 성장하기 위해 바뀌어야 할 기준에 대해 물었다.

Q1. The Garrison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오래 다뤄오셨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보시기에,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갈 때 가장 자주 막히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문제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자주 부딪히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멘탈리티와 문화

한국에는 매우 우수한 기업가들과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어가기 까지 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극복해온 창업자들 조차, 정작 국제 무대에서는 사소한 실패를 두려워하며 완벽을 추구하기에 되려 시작도 못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합니다.

반면에 실패를 안두려워하는 만큼, 실수도 안두려워하시는 창업자들 또한 많습니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하라" 등 담대한 마인드셋은, 때로는 국가나 시장, 상황,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되기 나름인데, 가끔은 과한도한 열정이 크고 작은 실수로 이어지며 기업 자체의 우수함과 별개로 신뢰 구축이나 관계형성에 애로사항이 되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장은 특히나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어온 시장인 만큼 수많은 약속보다 신뢰로 다져진 관계가 더 중요한 무기가 되고는 합니다. 

적극적인 멘탈리티로 무장하되, 상대의 니즈를 읽고 나의 필요를 어필하는 적극성과 시장의 문화를 이해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섬세함이 갖춰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2) 언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일듯 합니다. 진출을 하려면 알려야 하고, 알리고자 하면 말해야하는 법인데, 다른 언어로 인사하고 소개하는 활동에 대해 특히 부담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더라도, "대화"가 아닌 일방향 소통으로 이어지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따라서 "말하기"를 극복하더라도 "알리기"에 그치는 소통 방식이 진정한 관계와 신뢰를 쌓는데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3) K-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는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것에 "한국식" "한국형"을 붙이며 "가장 한국적인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이상한 문구조차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제품을 팔고 투자유치를 하고자 한다면 과감히 K 또한 버릴줄 알아야 합니다.

제품을 팔거나 투자유치를 할 때에도, "한국에서는 이런식이다"라는 논리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잦은 진입 장벽으로 논의되곤 합니다. 한국식 MoU, LoI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인재를 채용해서 현지 사무실을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식 근무 문화나 한국의 관용을 빗대어 현지에서도 통할거라는 인식으로 현지 노동법상 문제가 생겨 피곤한 상황에 놓이는 기업인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에서 자주 막히는 지점은 현지화입니다. 그리고 그 현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시장의 문화와 신뢰를 이해하려는 마인드셋입니다.

Q2. 대표님은 한국에 있는 외국인 창업자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모두 연결해오셨습니다.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크게 느끼는 기회와 장벽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장벽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비자입니다 

한국은 OECD 20위 국가들 중에서 창업자 비자에 가장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생태계로 꼽히고 있습니다. 창업자 비자가 아니여도 Top-Tier Visa나 FDI 비자 또한 터무니 없는 요구 사항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이민센터에서 직원들마다 비자 규정의 이해나 매출 판단 기준이 상이하여 일관된 답변을 얻기 어려운 점도 또 다른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창업자여도 결국 비자가 있어야 해외에서 창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건데 가장 기초적인 문제가 허들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국가적인 기술창업에 대한 집착입니다. 

한국 창업 생태계는 기술 창업에 대한 신념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루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한국 시장이 과연 "기술 창업"이라는 기준으로 세계 1 Tier 인재들 유치할만큼 매력적인 시장인지, 구매력이 있는 시장인지 혹은 규제적 친밀감이 있는 시장인지는 다른 이야기 입니다. 이러한 기술 창업에 대한 집착은, 기술 집약적인 외국인 창업자들을 유입시키기 보다, 되려 창업 자체의 기술을 제한하는 바가 큽니다. 특히 특허를 기준으로 많은 점수가 배점이되는 OASIS 비자 체계에서, 비기술 창업자의 경우 허울뿐인 특허를 양산해내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 많은 행정 소모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한국과 글로벌 시장의 문화적 거리감이 큰 부분이 결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하나,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 시장의 태도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고유의 서열 문화나 영업 문화에서 오는 진입 장벽도 존재하나, 외국인이기 때문에 비자나 법적 조치에 대한 제한점이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계약 위반 사례나 아이디어 탈취 사례, 잔금 미지급 사례 등 신고되지 않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안타까운 사례들을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종종 경험하곤 합니다. 나아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앞서 비자와 연결되어 해당 창업자의 국내 사업 영위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분명성으로 인해 투자자 입장에서 꺼려지는 부분들도 존제하며 이 또한 문화적 거리감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 외국인 창업자에게 가장 큰 기회는 역시 정부의 지원체계인것 같습니다. 

호라이즌 유럽의 R&D 펀드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체계를 가진 국가로서, 특히 기존에는 KSGC라는 단일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되어 유입되어 오던 외국인 창업자들이 이제는 GSC나 SVC와 같은 새로운 정부주도의 외국인 맞춤형 창업 허브를 통한 기회나 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한 상업화 지원금이나 외국인의 TIPS 지원 확대, 그리고 유학생들의 경우 U300프로그램을 통한 창업의 기회 확대, 각 캠퍼스타운이나 대학별 창업 지원단의 유학생 대상 창업 프로그램의 확대가 큰 기회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 산업군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생산을 했을 때 기업 자체의 매력도가 올라가는 산업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조 산업이나 헬스케어, 반도체, 콘텐츠, 뷰티 산업이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수요를 입증하거나 생산을 할 때 세계 시장에서 더 프리미엄을 얻는 사례가 늘어나며 더 많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또 다른 기회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 시장 구조의 변화입니다. 

외국인 인구가 260만을 돌파하면서 연간 -2만명 정도의 인구 감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시장 결정권자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주 외국인이 전체의 5%를 돌파하면서 작지만 확실한 시장이 형성되어 외국인을 타겟팅한 사업들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며, 외국인의 관점에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외국인 창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기회이자 위험의 요소는, 근래 한국환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해외 자본의 효용성이 한국시장에서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투자받은 외국인 창업자가 비용 효율성을 위해 고려했던 국가들에 비해 진출 매력도가 올라왔다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 매출이 가지고 있던 사업 성장에 있어 실질적인 매력도는 반대로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가치가 낮을 때 시장을 선점해서 미래 시장을 보고 진입을 고려하는 해외 기업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점을 볼 때, 생태계 전반에는 기회로 보여집니다.

Q3.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글로벌하게 성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 이상 글로벌과 국내 시장이 구분되어서는 안됩니다. 

처음 창업을 할 때 부터 지금까지 저희 회사가 가져온 유일 모토는 "한국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라는 점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 창업 생태계 자체가 글로벌화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도, 해외 기업의 국내 유입도 논의에 그칠 것입니다.

"한국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라는 것은, 기업의 성장 프로세스부터 투자 계약, 내부 소통 체계, 홍보 채널, 투자자의 Thesis, 마인드셋, 교육 기관의 창업 생태계 내에서의 역활과 메세지, 창업 교육의 체계 등 포괄적인 모든 것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기 위해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한국식 성장과 한국식 교육, 한국식 보육, 한국형 투자는 이제 멈춰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형 투자 생태계를 먼저 본다면, 등록 창업 기획자 제도나 모태펀드 주도의 펀드 조성 등 분명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 것에 큰 기여를 한 제도들은, 반대로 해외 투자자의 유입과 자본의 유입을 막는 효과와 결국 제한된 국내 시장의 파이 쪼개기로 고이는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창업 생태계 또한 마찬가지로 예비-초기-도약-TIPS 와 같은 "체계화"된 창업 생태계의 조성이라는 명목하에 "한국형"창업자로서 HWP로 사업기획서를 제출하고 서면 평가를 위해 텍스트로 가득찬 PPT를 만들어내고, 당해 부처에서 내건 키워드와 산업, 기술에 맞춰 제품을 "피벗팅"하며 지원금을 타내고, 투자의무조항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수주받아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유치하기위해 경쟁하는 구조로 세계 시장에서는 결코 통할 수 없는 체계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생태계가 글로벌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한국에서는" 이라는 매뉴얼이나 이야기가 나와서는 안됩니다. 필요하면 모든 서류 제출과 지원 실무진들의 소통 체계를 영문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글로벌 진출이 진정한 목표라면 글로벌 시장이 원하는 모델로 기업과 투자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2016년 창업 기획자 제도 도입과 2014년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출범 등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국 창업생태계의 역사를 돌아 봤을 때, 분명 많은 성과들을 창출해온 것은 맞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창업 연도"를 돌아보면, 해당 제도들이 도입되기 전에 창업한 유니콘 기업들이 많다는 점,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80%가량이 국내 시장을 주력 매출원으로 삼고있다는 점 등 다방면으로 돌아본다면 우리 생태계는 무엇을 위해 창업을 독려했으며 또 그 성과는 진정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어디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동옥 대표의 관점에서 글로벌화는 시장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기준을 바꾸는 일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과 해외 창업자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국 창업 생태계는 세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제도, 문화, 투자 기준을 갖추고 있는가.

좋은 기술과 빠른 실행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신뢰를 쌓는 방식, 계약을 이해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방식, 실패와 소통을 받아들이는 방식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한국 창업 생태계의 다음 성장은 더 많은 ‘K’를 붙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필요할 때는 그 이름표를 내려놓고, 글로벌 시장의 기준으로 다시 설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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