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출처 : https://www.prsrevenue.org
김남희 대표는 PRS(Performance · Relationship · Strategy)를 통해 성과, 관계, 전략을 연결하는 세일즈 구조를 설계하고 있습니다.많은 조직은 매출이 떨어지면 리드 수를 늘리고, KPI를 높이고, 보고를 강화합니다.
하지만 김남희 대표는 매출을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미팅의 목적, 기회 판단, 신뢰가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매출 흐름이 막히는 지점, 리더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팀의 행동 구조, 그리고 좋은 관계가 실제 성과로 전환되는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Q1. PRS(Pipeline Relations Strategy)에서 말하는 “매출은 결과가 아니라 흐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많은 조직의 매출 흐름은 보통 어디에서 가장 먼저 막히나요?
INSIGHT
"세일즈는 개울이 강을 거쳐 바다로 가는 '선형적 흐름'이다. 초기 단계에서 정확하게 계산기를 꺼내지 못하면, 뒤로 갈수록 관계의 늪에 빠지게 된다."
ANSWER
많은 조직은 매출을 숫자로 관리합니다. 그래서 매출이 떨어지면 KPI를 높이고, 리드 수를 늘리고, 보고를 강화합니다. 세일즈 과정을 흔히 '파이프라인(Pipeline)'이라고 부릅니다. 파이프라인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많은 조직은 파이프라인의 과정보다 마지막에 나오는 결과물인 매출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문제는 이 과정 어딘가가 막혀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지요.
매출은 바다와 같습니다.
개울에서 시작된 물이 강을 지나 바다에 도달하듯, 매출 역시 수많은 선택과 판단이 축적된 끝에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고객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가, 이 고객이 정말 기회가 있는 고객인가, 관계를 어떻게 신뢰로 발전시킬 것인가. 이 모든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매출이라는 바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매출 흐름의 반복 패턴을 구조화한 것이 제가 개발한 "TMORW(Target-Meeting-Opportunity-Relationship-Write) 모델"입니다.
저는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산업의 영업 현장을 연구하며 고객이 선택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해 왔습니다. 그 결과 가장 빈번하게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은 TMORW의 다섯 단계 중 Meeting(미팅)과 Opportunity(기회분석) 단계였습니다.
Meeting 단계가 막히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많은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나지만 정작 왜 만나는지는 합의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직급과 상황, 산업 특성에 맞는 대화 전략 없이 곧바로 제품 설명이나 제안으로 들어갑니다. 고객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기 전에 설득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매출의 흐름은 여기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Opportunity 단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많은 영업사원이 고객을 만나지만 고객을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B2B 영업에서는 예산(Budget), 결정권(Authority), 필요성(Need), 시급성(Timeline)을 기준으로 고객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관계를 잃을까 두려워 중요한 질문을 미루고, 결국 가능성이 낮은 고객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관계를 맺는 것과 기회를 검증하는 것을 별개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계가 깊어질 때까지 가격, 예산, 의사결정 구조 같은 민감한 주제를 뒤로 미룹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계산기를 늦게 꺼내는 오류'라고 부릅니다.
초기에 확인했어야 할 질문을 뒤로 미룰수록 고객과 공급자 모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좋은 관계란 계산을 하지 않는 관계가 아닙니다. 필요한 계산을 충분히 끝낸 후 계산기를 내려놓고 고객의 성공에 집중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결국 매출은 더 많이 만나거나 더 많이 제안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안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택의 흐름을 설계할 때 만들어집니다."
Q2. 영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많은 조직이 리드(Lead) 수, KPI, 보고를 늘리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리더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INSIGHT
"리더십의 병목은 체계 없는 결과 중심 관리에 있다. 리더는 직원의 '역량'을 다차원적으로 분류하고, 최고성과자의 '반복 행동'을 언어화해야 한다."
ANSWER
많은 리더는 사람을 관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숫자를 관리합니다.
매출이 떨어지면 KPI를 올리고, 보고를 늘리고, 활동량을 점검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성과가 개선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과는 관리할 수 있지만 결과를 직접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성과가 정체된 조직일수록 사람을 관리하고 있었고, 성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일수록 행동을 관리합니다. 리더십의 병목은 대부분 결과 중심 관리에서 시작됩니다.
보통의 리더는 "왜 목표를 못 달성했는가?"를 묻지만, 최고의 리더는 먼저 "어떤 행동이 반복되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결과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행동은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서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팀원들의 역량을 구조화하고, 최고 성과자의 반복 행동을 언어화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역량 구조화입니다.
모든 구성원을 동일하게 관리해서는 안 됩니다. 리더의 시간과 관심은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따라서 먼저 조직을 냉정하게 분류해야 합니다.
최고 성과자(High Performer)는 지속적으로 성과를 증명하는 사람들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이들의 성과를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최고성과자가 성과를 내는 역량을 최대한 지지해야 합니다.
정체 성과자(Core Performer)는 역량은 있지만 성과가 불안정하거나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입니다. 가장 큰 성과 개선 여지가 존재하는 집단이기도 합니다. 정기적인 1:1 피드백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줘야 합니다.
육성 대상자(Learner)는 체계적인 학습과 피드백이 필요한 신입 및 신규 입사자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세 집단 중 리더가 어디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리더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어디에 시간을 투자해야 가장 큰 레버리지가 발생하는지 먼저 판단합니다.
두 번째는 반복 행동입니다.
저는 리더들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 팀 최고 성과자의 성공 방정식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놀랍게도 대부분의 조직은 답하지 못합니다.
성과는 보고 있지만 고성과자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언어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제품을 팔고 같은 자료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지속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행동 패턴에 있습니다.
최고 성과자는 고객을 만나는 방식, 질문하는 순서, 관계를 만드는 과정, 기회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리더의 역할은 이러한 행동을 발견하고, 언어화하고, 조직 전체가 재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반대로 성과가 낮은 직원에게는 결과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반복되고 있는 행동을 찾아 교정해야 합니다.
결국 조직의 성과는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 성과자의 행동이 조직의 표준이 될 때 만들어집니다.
Q3. 성과와 관계, 신뢰는 따로 떨어진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표님은 '좋은 관계'가 실제 '매출 성과'로 직결되는 결정적 순간을 언제 보셨나요?
INSIGHT
"관계와 성과는 대립항이 아니다. 관계없는 성과는 신기루이고, 성과없는 관계는 공허하다. 진짜 관계는 고객의 위기 순간에 리스크를 분담하는 형태로 발현된다."
ANSWER
현장에서 리더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결국 세일즈는 관계입니까, 성과입니까?" 저는 이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와 성과는 서로 경쟁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계 없는 성과는 지속하기 어렵고, 성과 없는 관계는 비즈니스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관계와 성과 중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을 때 성과는 지속 가능합니다.
제가 수많은 고객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흔히 좋은 관계를 사적인 친밀함이나 호감으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좋은 관계란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은 최종 선택의 순간에 누구를 신뢰하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시장이 안정적이고 사업이 순조롭게 흘러갈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부 상황이 변화하면 의사결정자는 철저하게 '신뢰 자산이 두터운 파트너'를 찾습니다.
"이 사람은 내 상황을 이해하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책임질 사람인가?"
"내가 이 결정을 내렸을 때 조직 안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는가?"
를 생각합니다. 이것은 의사결정자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경험한 중요한 계약들은 고객이 가장 확신이 있었던 순간이 아니라 가장 불안했던 순간에 체결되었습니다.
그때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함께 관리할 파트너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관계를 친밀함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신뢰 역시 호감과 다릅니다. 호감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상태라면, 신뢰는 중요한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상태입니다.
결국 관계가 매출로 연결되는 순간은 고객이 우리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가 아닙니다.
고객이 중요한 의사결정 앞에서 우리를 선택지에 포함시키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TMORW의 모든 과정 속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약속을 지키고, 필요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고객의 성공을 우선하는 행동이 반복될 때 조금씩 축적됩니다.
결국 비즈니스에서 성과는 관계의 결과가 아니라 신뢰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신뢰는 상대의 성공을 자신의 일처럼 책임질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김남희 대표의 이야기는 "세일즈가 단순히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제안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매출은 마지막에 나타나는 숫자이지만, 그 숫자는 미팅의 목적, 고객 분류, 반복 가능한 행동, 그리고 신뢰의 축적에서 만들어집니다.
관계와 성과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좋은 관계는 감정적 친밀함이 아니라, 고객의 리스크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신뢰의 구조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매출은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흐름을 설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