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https://www.yulsight.com/ )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로고를 만들거나 보기 좋은 디자인을 입히는 일이 아닙니다.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왜 기억해야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떤 장면으로 남겨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율사이트의 권율 대표는 브랜딩과 캐릭터 IP, 전시·행사 디자인을 오랫동안 다뤄오며 디자인을 ‘결과물’이 아니라 ‘경험의 흐름’으로 바라봅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 사람들이 기억하는 감정, 클라이언트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가 좋은 프로젝트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이번 글은 브랜딩이 왜 시각 작업을 넘어 인식을 설계하는 일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브랜드를 만들 때, 로고나 디자인보다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저는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이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그 이유를 사람들이 이해하고 느끼게 만드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가 처음부터 '예쁘게 보이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들은 디자인 이전에 방향이 명확합니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어떤 태도를 가진 브랜드인지가 먼저 정리되어 있습니다.
로고는 잘 만들면 시선을 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철학과 경험이 비어 있으면 사람 기억에는 남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주 단순한 디자인이어도 브랜드의 태도와 경험이 일관되면 결국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신뢰하게 됩니다.
그래서 율사이트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클라이언트에게 '이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싶고, 어떤 장면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이런 근본적 이해를 하기 위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결국 브랜딩은 시각 작업이 아니라, "인식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캐릭터 IP나 전시 프로젝트를 만들 때,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시나요?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보통 '정보'보다 '감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전시를 보고 나서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순간의 공기, 경험, 감정은 오래 남습니다. 예를 들어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처음 마주한 압도감, 캐릭터와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 굿즈를 손에 들고 사진 찍던 분위기 같은 것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간이나 캐릭터를 만들 때 단순히 예쁜 결과물보다 '사람이 어떤 흐름으로 경험하게 될까'를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체험형 전시나 캐릭터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고 움직이고 반응하는 순간이 있어야 기억이 생깁니다.
결국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잘 본 콘텐츠'보다 '내가 경험한 콘텐츠'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인도 결국 연출이라고 봅니다. "사람의 시선, 동선, 감정의 타이밍까지 설계해야 비로소 오래 남는 장면"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관람객 만큼이나 클라이언트도 만족해야 진짜 성공적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텐데 '율사이트와 함께한 이번 행사는 다른 에이전시와 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아무도 알아 봐주지 않는 디테일이라도 그 차이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3. 20년 가까이 브랜딩과 디자인을 해오시면서, 좋은 클라이언트 또는 좋은 프로젝트의 기준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규모가 크고 유명한 프로젝트가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큰 예산, 화려한 결과물, 많이 알려진 브랜드 같은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졌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은 프로젝트는 단순히 결과물이 잘 나온 프로젝트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서로 신뢰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브랜딩은 정답을 찍어내는 일이 아니라 계속 조율하고 다듬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같은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건 요즘은 '남는 결과물'보다 '남는 관계'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한 번 프로젝트를 하고 끝나는 관계보다 몇 년 동안 계속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십이 훨씬 가치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오래 함께하는 클라이언트들은 결국 디자인 결과물만 보고 다시 오는 게 아니라, “이 팀은 우리 브랜드를 진짜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 때문에 다시 찾아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는 좋은 디자인보다 먼저 좋은 방향을 만들고, 좋은 결과보다 오래가는 관계를 만드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예쁜 이미지 하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장면을 기억하며, 그 경험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오래 남습니다.
권율 대표가 말하는 좋은 프로젝트의 기준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습니다. 큰 규모나 화려한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신뢰,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브랜딩은 보여주는 일이지만, 동시에 남기는 일입니다. 사람의 기억 속에 어떤 인식과 감정을 남길 것인가. 그 질문에서 좋은 브랜드와 좋은 디자인은 시작됩니다.